중국에서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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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했다...
만일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른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중국땅에 살고 있는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했다.
누구의 책임일까?
- 중국인이 알아듣도록 중국말을 잘하지 못한 한국인의 책임?
- 아니면, 한국인의 서툰 중국어를 잘 유추하여 이해하지 못한 중국인의 책임?

이 두사람 사이에 끼어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언어] 이다.
다시말해, 중국어가 이 두사람간 의사소통의 매개가 되는 셈이다.

그럼,
중국어를 잘해야만 의사소통이 잘 될까?

본인이 얼마전 통역하느라 좀 피곤했던 적이 있다.
한국에서 출장온 사람들이 하도 시시콜콜한 것까지 통역해달라고 했던 탓이다.
식당에 가서는
- 물 좀 더달라 해라.
- 젓가락 가져오라 해라.
- 그릇이 지저분하니 바꿔달라 해라...
등등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해댄다.
도대체 나는 밥도 먹지 말고 화장실도 가지 말란 말인가?
말을 쉬지 않고 한다는것, 그것도 많은 사람들의 말을 혼자서 통역하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체력소모가 많은가는 해본 사람은 다 안다.

해서 약간의 쇼를 했다.
1st step : 종업원에게 눈을 마주치고는 손짓으로 이리 오라 했다.(중국어 無)
2nd step : 종업원에게 빈컵을 보여주며 손으로 물따르는 시늉을 했다.(중국어 無)
3rd step : 그랬더니 종업원이 물를 가져와서 채워 주더라.(종업원도 중국어 無)
그런후에 그들에게 [됐죠? 이렇게 하면 되는겁니다. 저 화장실 갔다와도 되죠?]
갔다왔더니 그들은 이미 훌륭한(?) 의사소통을 통해 젓가락, 그릇 바꾸기에 성공해 있었다.

외국어를 잘한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되는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중국어가 꼭 필요한 직종에 종사하거나 그것을 학문으로 삼는 사람들 외에는
중국어의 의미는 중국땅에서의 생활을 조금더 편리하게 해주는 하나의 도구인거다.

본인 역시 한국인으로 중국땅에 살면서 다양한 중국어 수준의 한국사람들을 보고 있다.
한국인1. 중국인과 거의 구별 안될 정도로 유창한 사람
한국인2. 본인이 필요한 중국어 회화정도는 되는 사람.
한국인3. 중국어 좀 딸리지만 그래도 할말은 하고 사는 사람
한국인4. 전혀 안되는 사람, 혹은 안하는 사람
등등...

그런 사람들중에, 중국어라는 도구가 오히려 의사소통의 장애요소로서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반드시 통역을 대동하고서야 무언가를 하거나
혼자서는 입을 굳게 닫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일 것이다.

본인은 주변 한국사람들에게 [언어의 제1 목적은 의사소통]이라고 늘 강조한다.
미려한 발음, 빼어난 문장력, 다양한 단어 등등이 없어도
[용기와 뻔뻔함, 손과 발과 표정]만 있으면 이미 의사소통 목적의 반은 달성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빼어난 중국어 실력을 구사해도 그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는 차별되는 부분이 분명 나타나며
그럴 바에야 중국어가 나에게 있어서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란 사실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속 편하다.

중국어란 것이 성조가 있고
발음역시 한국인의 언어습관과 다른 점이 많아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의사소통의 기회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다소 불편하긴 하겠지만 중국어를 잘 못해도 살아갈 수 있다.
틀린 중국어라도 내뱉어보면서 바로잡아가는 것이 중국어 실력이 늘어가는 지름길이고.
중국어 실력이 늘어가면서 불편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다.

본인도 불편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으며, 그맛이 제법 쏠쏠하다.
중국인들도 어설픈 중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들의 말을 잘 알아들어주려는 배려가 있다.
두려워하지말고 어려워하지 말고 신나게 말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즐거운 중국생활을 하는 또하나의 방법이다.
2007/05/24 10:30 2007/05/24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