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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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인치 디스켓]이라는 이름의 물건이 있었다.
당시의 컴퓨터 유저들에게는 필수품목이었고
디스켓 케이스에 얼마나 꽉꽉 차있는가가 컴퓨팅 내공의 척도인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각종 소프트웨어 디스켓들이 책상위, 서랍, 책꽂이 가득 채워져 있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컴 초보자인 나...
디스켓을 처음 만져보고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이 네모난 까만놈을 이렇게 넣어야 하는지, 아니면 뒤집어 넣어야 하는지 긴장부터 시작해서
표딱지에 붙어있는 2D, 2HD란 말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렸고
나중에 노란껍데기의 칼라디스켓이 나왔을때는
없는 용돈 쪼개어 몇장 사놓고, 아까워서 쓰지도 못했었다.

컴퓨터 공부는 처음부터 그리 만만치 않았다.
Power On...
모니터부터 켜야하는지 본체부터 켜야하는지 이것이 고민스러웠다.
이거 순서 틀리면 고장나는거 아닌가?
이리저리 궁리하며 결국 손도 못대고 몇시간을 고민하다가
자칭 컴퓨터 도사라는 룸매이트가 돌아오고야 겨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무거나 먼저 켜두 돼.]
[^^;;]
컴퓨터를 키고 나니 뭔가 영어들이 잔뜩 뿌려지며 넘어가는데
(훗날 알았지만 이런걸 부팅과정이라 한다)
영어도 짧은 내게 해석할 기회는 커녕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게끔
드르륵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286의 친구들은 내 이러한 386-SX의 속도를 상당히 부러워했다.)
반드시 다 읽어야 되는건줄 알고 어찌나 당황했던지...
결국 그 컴을 버릴때까지 그 내용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한번 읽어보질 못했다.

널널한 시간을 핑계로 컴에 대한 스파르타 교육에 돌입하였다.
컴퓨터 공부하는데는
1. 자기가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컴퓨터,
2. 수준에 맞는 책,
3.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
요 세가지가 가까이 있으면 실력이 금방 향상된다 하였겠다.
내게는 이 세가지가 다 갖춰졌으니, 보무도 당당하여라.

DOS의 명령어부터 하나씩하나씩 공부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결정적인 문제는 키보드를 죄다 훑어보고야 겨우 찾아내어
알파벳 한글자를 찍어낼 수 있는 형편없는 타이핑 실력이었다.
몇글자만 타이핑해도 손에 쥐가 날 정도록 경직되어 있는 손가락 근육인지라
이거 발전시키는데만 HTT (한메타자교사??? 였던가)를 낀채 몇달을 살아야만 했고.

바이러스 먹어서, 110V 달라는 녀석에게 220V 먹여서...
한학기동안 몇번이나 컴퓨터를 사망시켜 용산으로 직접 입원시키기도 했다.
그러기를 몇번하니, 컴퓨터 고장나는것이 무서워지질 않더군...
이것이 Level up의 반증인가?

2006/11/30 10:36 2006/11/30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