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세계적인 경제 한파가 몰아치면서 무척 많은 기업과 개인이 고통받고 있다. 가까이 있는 기업과 개인들을 볼 때, 개미와 배짱이 우화가 생각난다. 햇볕 좋을 때, 열심히 일해 모아 추운 겨울을 난다는 얘기다. 그러나 모두들, 햇볕좋을 때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결과는 좋지 않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열심히 모아 예금하고, 건전자산에 투자하고 준비를 해왔으되 여전히 춥다는 거다. 금고에 있는 현금은 가치 폭락되었고 투자한 것들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며 물가는 폭등하였다.
이렇게 서로가 고통받는 탓인지 짜증과 타인에 대한 적대적인 표현들이 주변에서 부쩍 많이 눈에 띈다. 동료끼리는 나부터 편하자고 앙칼지게 부딪치고, 윗사람은 결과를 내놓으라고 밑도끝도 없이 눌러대고 아랫사람은 될대로 되라고 나자빠진다.
어느 사회나 조직이나 동력이란게 필요하다. 이렇게 내외적인 환경이 무척 안좋은 상황에서 아직도... 아직도 미케니즘(Mechanism)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하여 안타깝다. 사람에게 대하여도 그 논리를 적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더욱 안타깝다. 기름도, 쌀도 다 떨어졌는데 그들을 향해 [고함치고, 명령하고, 다그치면] 그래도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휴머니즘(Humanism)이 필요할 때다. 아니, 햇볕 좋을 때부터 이미 휴머니즘을 다져왔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랑과 애정으로 서로를 돌보고 이해하고 배려할 때다. 정전의 암흑 천지라도 여전히 눈뜨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이니까...
정보통신의 거대한 물결이 순식간에 밀려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드신 어른들까지 휴대폰 없는 사람이 없고, 얼마전만 해도 CEO나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노트북이 데스크탑을 상당부분 대체해 가고 있으며, 편지와 엽서 대신 이메일과 메신져가 문서와 문장들을 찍어 나르고 있다.
휴대폰, 노트북, 이메일. 분명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도구임에 틀림없다. 특히 비지니스에 있어서는 이것들이 performance의 중요한 tool이 되고 있으며, 이것들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기업에서 인정받고 성장하는 길에서도 멀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사무실을 벗어나서나 출장중에서도 업무처리 편리성과 속도 측면에서는 이것들을 휴대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인프라도 동반 확대되어 휴대폰 수신 곤란한 지역이 거의 사라지고 없으며,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설치되어있고, 집밖에 있다 하여도 무선네트웍을 이용하기가 어렵지 않다. (본인이 살고 있는 중국은 이보다 못한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IT강국이라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사실, 인터넷과 통신의 발전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과 통신측면에서의 국가간의 장벽은 이미 허물고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니다.
2. 휴머니즘이 사라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것들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우리의 휴머니즘이다.
걸어다니면서도 휴대폰을 통해 비지니스 상담과 연락을 하며 귀를 가져다 붙이고 전철에서, 기차에서, 비행기에서, 혹은 그 기다리는 중에도 공적으로 레포트에, 사적으로 동영상에 눈을 쏟아붓고 있으며 집으로 돌아가서도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메신져를 로그인하고는 입을 열지 않은채 수많은 말들을 그려낸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이상한 현상까지 눈에 띈다. 휴대폰을 두고 나오면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어 생사확인이 불가능해지고, 노트북이 없으면 비지니스 상담에 애를 먹고, 네트웍이 안되면 불안에 안절부절 한다.
잠시 그것들로부터 떠나면 안되는 것일까? 휴대폰의 무수한 송수신에서 귀를 자유롭게 하고, 무릎위에 노트북 대신 책을 얹어놓고 읽거나, 잠시 눈을 감고 상념에 잠기거나, 졸아도 좋겠고. 바삐 메일을 쓸것이 아니라 메모지에 볼펜으로 찍찍 손가는대로 적어도 보고... 그런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3. 잠시 놓아두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생각과 행동의 자유를 선물해줄 필요가 있다. 근래의 훌륭한 하드웨어와 인프라 덕택에 우리 안의 여백을 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것들이 우리에게 [너희자신을 내어놓아라, 포기하여라] 강요하는 듯한 생각마저 떠오른다.
고단한 회사일을 마치고 주머니에는 휴대폰을, 가방에는 노트북을 넣어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샐러리맨들을 보면 퇴근이 아니라 또다시 출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초슬림형 휴대폰과, 초경량 노트북을 들고 있어도 마음은 천근만근 돌덩이 든것마냥 무거운건 왜일까?
왼쪽 귀로, 오른쪽 귀로, 통화에 시달린 귓속의 왱왱거림과, 하루종일 모니터를 빨아들였건 눈동자의 쾡함, 쉬임없이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어놓고 화석처럼 굳어가는 어깨의 뻣뻣함 이것이 고도화된 정보화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또 나의 모습이다.
한번쯤은 이런것들이 없어도 좋을 [때]와 [곳]을 찾아, 아니면 만들어서라도 내자신을 자유롭게 내팽겨쳐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