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인과 조선족
중국땅에서 활동하는, 특히 기업활동을 하는 한국인들은 어떤식으로든 조선족이란 존재와 인연을 맺게 된다.
조선족이란, 중국땅에서 나고자란 조선민족(핏줄)인데, 이들은 분명 중국인이면서 우리와 같은 언어(우리에게는 한국어이지만 그들은 조선어라 한다)와 현지 표준어인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민족성도 우리와 비슷하다.
2.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한국인과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 초기에 가장 아쉬운 점인 불편한 의사소통과 익숙치 못한 현지실정을 이들 조선족을 통해서 해소하는 경향이 많으며,
조선족 입장에서는 중국의 동북지역 변방에서 소수민족으로 소외받으며 살다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채용되어 일자리 확보와 대도시 진출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한국인과 조선족 서로는 WIN-WIN의 훌륭한 토대를 갖추었다 하겠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서의 한국인과 조선족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3. 악순환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한국기업주들은 이른바 [당한다]는 생각과 소문으로, 조선족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조선족들 커뮤니티나 게시판에는 조선족을 [등쳐먹은] 한국 사람들을 성토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단순히 그런 내용들을 토대로 한다면,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인들은 가장 먼저 조선족들을 조심하고, 믿어서는 안되며
조선족들은 반대급부없이 노동착취만 하려하는 한국인을 경계해야 한다.
본인으로서는 무척 아쉽게 여기는 대목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자랐다 하더라도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서로에 대한 이해는 그 누구보다 빠를텐데, 그런 장점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상호 반목이 존재한다는 건, 비단 어느 일방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인을 상대로 질나쁜 행각을 벌이는 조선족들 분명 있을테지만 그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조선족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악질 한국인들 있을테지만 그들이 모든 한국인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채용되어 있는 조선족들은 다른 중국인들보다 어느정도 높은 급여를 받고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 조선족들이 한국기업 관리자의 입과 귀가 되어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되고, 중국실정에 어두운 한국인들의 손발이 되어 비서역할까지 하므로 그 금전적 대우가 높은 것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반면, 한국인 입장에서는 인력의 품질을 막론하고 한국기업에 대한 인력시장에서 여타 중국인들보다 월등히 높은 인건비 수준에, 이직율까지 높은 조선족들을 채용한다는 건 선뜻 내키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로인해 채용(고비용)-저효율-이직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4. 서로 도와야 할 때
앞에서 WIN-WIN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인들은 조선족을 채용하여 그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되, 명확한 업무와 그에따른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다른 중국인들보다 비싼 급여가 아쉬워 마구잡이 일을 시키거나, 말이 통한다고 막대하는 행동은 그들을 떠나가게 하는 이유가 될 뿐이다.
조선족들은 단지 금전적인 보상만을 바랄것이 아니라, 자기역량을 더 확보하고, 회사를 발전시켜 자신도 더불어 발전하는 길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인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중국어가 가능한 한국인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의사소통 하나만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때는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눈앞의 가치만을 놓고 반목과 질시를 반복해서는 서로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서로의 설 땅만 잃어가는 것이다.
다행히 본인에게는 조선족에게 [당한] 경헙이 없다.
오히려 가슴에 따뜻하게 남겨두고 싶은 좋은 이들만 만나보았다.
떄문에, 앞으로 조선족들을 만나도 좋은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딴지를 걸지도 모른다. 그러다 크게 다친다고... 지금껏 [당한] 사람들은 [믿을만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가 한방에 당했다고...
그렇다 치자.
당할땐 당한다 치더라도 지금은 믿으면 안되나? 훗날 당할게 막연히 두려워 지금의 [믿을만한] 사람을 무턱대고 경계해야 하나?
한국사람을 [당하게 하는] 것이 조선족 뿐인가? 따지고 보면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에게 [당하는] 것이 훨씬 많지 않은가 말이다.
중국땅에서 점점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기업과 조선족들...
서로 돕기에도 바쁜 때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득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돕게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이익을 안겨줄 충분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인 것이다.
Comments List
업급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상당히 오래된 문제가 바로 한국인과 조선족의 문제이지요. 다른 곳의 한인들과는 또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제의 원인을 되려, '중국'이란 나라에서 찾고 싶습니다만.-_-;;;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원인과 대책에 접근조차 안되는 현실이 눈에 많이 띄어 아쉽습니다. 위치가 어디든, 국적이 무엇이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주 듣고 생각하던 문제를 직접 보고 계시겠군요.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관계인데 다투고 있는 점은 확실히 아쉽습니다.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다거나 민족성의 문제, 지역의 문제라기엔..
말이 길어지는군요...
한사람한사람 붙잡고 그러지 말자고 하소연 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거니와 반목의 속뜻을 깊이 알지 못하는 터라 그저 씁쓸히 지켜볼 뿐입니다.
분명 나아질거라는 믿음을 갖는 수 밖에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