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정치권과 정치인에 대한 무관심의 정도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총선 역시 역대 최저의 투표율 신기록 갱신을 기대(?)하고 있다.
선거일정이 코앞에 다다르면 선관위는 제발 투표를 해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내보내고, 심지어는 투표자 우대제도라는 재미있는(?) 꽁수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이쯤되면 각 후보들도 나서서 [나를 안찍어도 좋으니 투표장에 오셔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세요.]라고 맘에도 없는 소릴 해댄다.
[나 안찍을거면 투표장에 나오지 마세요.]라고 목에까지 차오르는 소리를 참으면서 말이다.
맞다.
투표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이며 의무이다.
더구나 투표하라고 나랏님께서 투표당일을 임시 휴일로 정한 마당에 투표도 안하고 놀러다니는 건 좀 양심에 찔리는 짓이다.
그렇다 하여도, 선거철만 반짝 얼굴 내밀고 평생을 국민을 위해 살신성인 해온것처럼 떠드는 낯선 양반들에게 사다리 타듯, 아무생각없이 한표 던져 막중한 나랏일을 덜컥 내맡기는 것도 국가 구성원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일 같다.
주권자로서 기권하지 않고 정당히 참정권을 행사하면서 심기 불편한 내 의사를 피력하는 방법은 투표장 가서 백지로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유일한 방법이었던 바...
[나는 당신들을 믿을 수가 없어요]
[이 후보자들에는 정답이 없네요]
정도의 의사표시였던 것이다.
만일 투표용지가 이렇게 꾸며진다면 어떨까?
개인적 소견이건대 7,8,9번에 상당한 몰표가 예상될 듯...
그러나, 이런 투표용지가 등장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렇게 의견을 제출할 수도 있겠다. 다 찍어줘 버리는 것이다.
[그나물에 그밥이니 누가 해도 그모냥 그꼴이다]라는 의사표시를 강하게 하는 것이겠으나,
머리 좋은 어르신들은 [우리 모두가 훌륭한 사람이다]로 엉뚱한 해석을 할 수 있으니 좀 조심스럽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역시도 후보자 어르신들께서는 [내쪽으로 쫌더 쏠려 찍혔으니 나를 밀어주는거다]고 하며 서로 싸울 수가 있다.
차라리 이렇게 한다...
[난 당신들이 도대체 누군지,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라는 표현 되겠다.
그러나, 투표장에 물음표 도장이 준비되어 있을 리 만무하므로 직접 빨간펜을 들고 가서 기표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후보자가 많은 지역의 경우 뒤에 줄 서 있는 분들의 다리를 아프게 하는 누를 범할 수 있으므로 좀 신경쓰이는 방법이다.
그래, 속시원히 이렇게 하자
[정답이 없네요]. 그렇지만 뭔가 성의 없는것 같아 꺼림찍하다.
최후의 방법이다.
본인의 이름을 적고 거기다가 투표를... [내가 해도 당신들보단 잘하겠네요]
속이야 시원하겠다마는, 본인의 실명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훗날의 책임을 져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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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자랑이나 장기자랑 프로그램을 보면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곧잘 이런얘길 한다.
[모두들 너무나 잘 하셔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어쩔 수 없이 한사람에게 시상합니다...]
이땅의 리더를 선출하는 총선에서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얼마나 좋을까.
선거철이 아니어도 국민들을 만나기 위해 시장에 드나들고, 부단히 국민들과 교감하는 사람이 우리를 이끌어 주기를...
국민들 역시 그들의 방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는 환경에서 투표할 수 있기를...
국민과 위정자가 서로의 수준과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한 표 던질 수 있기를...
돈봉투 뿌리지 않아도, 목이 쉬도록 마이크들고 떠들지 않아도 기꺼이 한표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주기를...
정말이지 바란다.
그런 상황이라면 위에 열거한 엉뚱하고 농담같은 투표는 상상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말이다.
Comments List
찾아간 곳에 대한 예의란 걸 반드시 갖춰야하겠죠
그리고 안내해준 분이 의무상 해주는 거라도 예의는 반드시 --a
웅.. 관광 여행도 기본은 지키고 했으면!
상대를 일단 깔아뭉게놓고 시작하려는 스타일 중 상당수 사람들은 스스로의 열등이 내비춰질까 두려워하기에 그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봅니다.
가만 두고 보아도 될걸 조바심치며 먼저 폄하해놓고 시작할만큼 그릇이 덜 된 탓으로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