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다 되고 나서 어렸을적 다니던 교회를 가본일이 있다.
언덕배기 제법 오르막, 한참 걸어 들어갔던 콘크리드 그 길을 불과 몇걸음만에 제쳐내고, 대문을 들어서서 가슴속에 담겨있던 그 교회의 옛모습을 꺼내어 두루 보며 비교해보자니 사뭇 다르다.
친구들과 한껏 달음질을 해도 여전히 너르던 그 마당은 손바닥으로 쉬이 가려질만큼 좁디좁아 보였고, 고개를 힘껏 꺾어야만 하늘끝에 닿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십자가 탑은 이제 눈동자만 치켜떠도 한눈에 들어온다.
어른이 되어,
채어릴적 잡지 못했었던 것을 쉬이 잡을 수 있게된 것이나,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부듯해할 것은 아니다.
철모르고 가벼이 밟아온 자국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세월과 삶과 미래의 무게가 어깨위에 눌러앉는다.
조그만 생채기에도 쨍하고 깨어져버릴 것만 같았던 그 얇고 투명한 심성은 어데로 가고, 지금은 무거운 벽돌한장 가슴에 담아놓고,
깊이를 모르게 맑던 눈동자는 쾡하니 말라있으며, 유연하던 어깨는 화석처럼 뻑뻑해졌다.
어렸을 적,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은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볼 수 있었던 것을 부러워하며 어서 빨리 어른이 되기를 소망했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어린아이 시절을 다시 꿈꾸고 있다.
묶인 가슴도, 무거운 어깨도 없고, 좁은 마당도 제법 너른 세상으로 받아들였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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